2020학년도 이용 후기 공모전 입상1 작품 '집단심리검사' N
No.1514420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0학년도 이용 후기 공모전 입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나는 어딘가에 발을 조심히 내디딘다. 자그마한 방이다. 그곳에 부유하는 냄새를 맡기 위해 코를 찡긋거리고, 피부에 와닿는 공기에 반사적으로 소름이 돋고, 처음 보는 시설물에 흰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처음 맞이하는 곳은 나에게 낯섦을 맞이한다. 일상이 주는 익숙함에 내가 한 명이라고 착각한 생각의 오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에 들어선 이후 나는 구경하는 ‘제2의 나’를 만났다.
MBTI 검사는 나에게 이 방이었다. 상담사 선생님에게 설명을 들을 때마다 두 번째의 나는 씰룩이는 코와 어색한 공기에 바짝 굳은 피부와 새로운 시선을 담은 눈동자로 육체를 재구성하고 있었다. 집단 상담은 화상 채팅으로 이루어졌지만,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나에 대해 알아가기에 충분했다.
내 자아들은 하나의 몸뚱어리에 귀속되어 있다. 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장치로는 오감이 있다. 감각의 장치가 눈, 코, 입 등 하나밖에 없어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한정되어 있고, 내 가치관은 절로 편협해졌다. 나를 기준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에 자를 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이 검사 결과는 이런 나를 뜯고 다시 조립했다.
세 음절로 불리는 육체 안에 본연의 나와 관찰하는 나, 즉 두 명의 자아가 있다. 관찰하는 나는 전자의 특성 토대로 행동하고 타인을 대한다. 관찰하는 내가 건강해야지 본연의 나와 다른 사람을 함께 존중할 수 있지만, 여태껏 나는 이 두 개의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친구들을 끊어내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행동했다. 하지만 MBTI 검사를 토대로 마음 깊숙이 숨은 나를 분석하고, 이 두 개를 분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의 본연의 특성을 배웠다는 것이 이 검사의 가치인 것 같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 검사에 과몰입한다는 등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오히려 반길 만하다. 나처럼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익히기 위한 자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검사하고 해석해주는 기회를 줘서 어제보다 내가 성숙해질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무엇이고 누구인지, 어떻게 서로 웃을 수 있는 대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