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상담센터이용후기 공모전 아차상2 작품 '집단상담'&'또래상담 양성교육' N
No.1820028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1학년도 이용후기 공모전 아차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학생상담센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심리학과가 적성에 맞으며, 학교 프로그램에 딱히 관심이 없던 한 학생이었다. 그랬던 내가 학생상담센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딱 생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때였다. 대학교 3학년, 옛날부터 상담 교사의 꿈을 꾸며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이 길이 맞는 길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심리학이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 시기에 안 좋은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니었으며, 새로운 꿈이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상담 교사’의 길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목표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워져 있다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꿈이 없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면 꿈이 있는 내가 당당하고 멋있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이 되자 그 안정감이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길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이것저것 해보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여러 갈래의 길 앞에 서있는 그 사람을 시기하고 있었다. ‘늘 꿈꿔왔던 미래가 사실은 내 상상과 다르다면?’ 이러한 생각은 행복만이 가득했던 상상 속 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히던 그 시기에, 우리 학과 선배님께서는 학생상담센터의 비교과 프로그램인 ‘집단 상담’을 추천해주셨다.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나는 ‘그래, 이거라도 한 번 해보자. 해보면 끝없는 생각의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에 있었던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참여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은 ‘미술 치료 집단 상담’이었다. 미술 치료라고 하길래, HTP 검사처럼 나에게 사람, 나무, 집을 그려보게 해서 심리를 알 수 있게 하는 활동인 줄 알았다. 하지만 미술 치료 집단 상담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활동이었다. 미술 작품을 만든 후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이 서로의 작품을 피드백 하는 시간을 가졌다. 별 기대 없이 참여한 집단 상담이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우선, 나에 대한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 감정 표현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말로는 할 수 있지만 실제 그 감정으로는 잘 표출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말인즉슨,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표정은 웃으면서 ‘진짜 짜증나!’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내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까지도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눈치 보느라 바빴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으며, 끝끝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속에서 덮어져 버렸을 여러 감정들에게 미안했다.
그 다음으로는 답답하고 속상했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어 좋았다. 각자 자신의 상처, 그리고 무엇으로 인해 힘든지 발표하여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다. 자신의 힘든 점이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고 치유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술 치료로 색다른 경험을 한 후, 집단 상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고 온 것 같아도 내 마음은 한결 홀가분해져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로 하게 된 프로그램은 ‘또래 상담 양성 교육’이었다. 교육이라는 두 글자에 강의식으로 듣고 올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단 상담의 형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직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래 상담 양성 교육으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은, ‘잘 하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처음 상담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부터였다. 그 과정이 재밌었고 또 공감됐고,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몰입하곤 했다. 또래 상담 양성 교육은 그러한 ‘공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학생을 공감하면서 내가 왜 상담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상담 교사의 꿈을 처음 꾸었던 그 때처럼 또다시 ‘누군가의 아픔을 들어주고 치유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선생님께는 작은 프로그램이었을지 몰라도,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당사자인 나는 내 꿈에 대한 확신을 얻고 이전의 상처들과 혼란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불신하고 의심하며 보내온 나에게 정말 잘 하고 있다고, 다른 누가 어떻든 간에 내가 가장 가슴 뛰는 일이 있다면 확신을 가지고 달려가면 되는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시기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고민이었고 나 또한 별 볼일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큰 재앙이 닥치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학생상담센터는 그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든, 사소한 고민이든, 큰 고민이든, 언제나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꼈다. 집에서 혼자 끙끙대고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좋으니 아무런 편견도, 조건도 없는 학생상담센터에서 마음을 다듬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학생상담센터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참여한 나는 비록 서툴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가꿀 줄 알게 되었다. 최근에 상담 교사를 향한 임용고시 공부를 준비하며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에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가 나의 상담자로서 격려해줄 수 있다. 학생상담센터에서의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꿈을 위해 노력해서, 다음에는 내가 어떤 이의 기억 속에 좋은 상담자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