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상담센터이용후기 공모전 격려상1 작품 '집단 심리검사' 외 4개 프로그램 N
No.1820031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1학년도 이용후기 공모전 격려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3년 동안 전액등록금으로 다닌 데다 코로나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이때까지 학교에 낸 돈이 아까웠다. 대학교 시설은 멀어서 이용 못 하지, 도서관에서 영화도 못 보지, 그룹 스터디룸도 안 되지. 복수전공이나 교환학생으로 학교 혜택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내 머리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등록금 아깝지 않게 잘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어울림 사이트를 발견했다. 1학년 때는 심심하면 들어갔지만, 어느 순간 발길을 끊었던 어울림 사이트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했는지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 나를 위한 비대면 강의가 있었다. 여기서 상담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MBTI가 내 눈길을 끌었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MBTI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자신의 MBTI를 이야기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밈들을 차용하는 것을 보고 내 MBTI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검사할 수 있다지만 그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검사라고 들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된 MBTI 검사를 받고 내 성향이 어떤지, 어떤 게 강점이고 어떤 게 보완할 점인지 알고 싶었다. 학교에서 검사를 받으면 무료인 데다 해설특강까지 있어서 신청했는데 해석특강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선 MBTI가 밈으로 자리를 잡으니까 일부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과 비슷한 부류로 취급을 했고 나도 의심이 들었는데 사람 사용하기에 따라 MBTI의 활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심리검사가 그렇듯이 하나의 결과를 보고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MBTI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유형을 보고 그 유형의 사람 모든 면을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해석 특강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것인 것 같다. 여기서 MBTI 신봉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MBTI 활용자가 될 것인지는 MBTI의 활용에 따라 갈라질 것 같다. 나는 INTP인데 INTP의 특성을 알기 전까지 친구들에게 닥친 일을 프로그래밍에 따라 공감해주는 자신이 사이코패스 같았다. 인간관계에서도 프로그래밍이 된 로봇 같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 아파하고 위로를 하기보다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가진 이상한 특징들이 INTP의 한 특성임을 깨닫고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구나, 그저 사람의 한 특성이구나, 위안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발견이다. 만약 검사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지 좀 더 본질적인 물음에 무한정 접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석특강에서는 유형마다 특성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여기서 보완하거나,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어떻게 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지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내 친구 중에 나와 성향이 다르거나 좀 더 섬세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요긴하게 써서 MBTI 검사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겨우 2시간 남짓이라서 자신의 특성을 더 깊게 알고 싶은 사람은 정보의 갈증에 목마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MBTI 검사를 두 번 했는데 각자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까 INTP 같은 경우는 몇 줄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I ,N, T, P 각각의 특성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더 알고 싶었는데.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자세하게 짚어줬으면 좋겠다. 보완할 점과 괜찮은 점을 상세히 알아야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유도리 있게 잘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MBTI를 하면서 에니어그램도 같이 했는데 사람들이 MBTI와 에니어그램이 짝이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에니어그램은 자신이 가진 특성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기서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여기서 INTP 같은 경우는 보통 5번 유형이 높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렇게 나와서 신기했고 MBTI와 함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심도 있게 알고 현재 위치를 알아서 이것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그려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MBTI를 시작으로 스트레스 관리, 정신 건강, 심리방역키트 등 여러 심리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이 중에서 정신 건강 특강과 심리방역특강을 들으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할까 한다. 우선 정신건강을 신청한 이유는 당시에 친구와 잘 지내다가 갑자기 헤어져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친구를 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특강이 있길래 신청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쉽게도 친구에게 받은 마음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두 가지는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면 애써 잊으려고 하지 말고 옆에 두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전에 쓰던 물건을 옆에 두고 매일 아침에 인사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마음이 더 편해질 수 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있을 때 슬프시겠어요, 좋은 곳에 가셨을 거예요, 같은 말을 하기보다 그저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죽은 사람의 일생을 함께 되짚어가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첫 번째는 내 감정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쓸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젊지만, 나이가 들면 주위 사람의 죽음을 경험할거고 아는 사람이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당장 치유하지 못했지만, 훗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심리방역키트는 처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 학교와 집이 먼데다 공부하기 싫은 학생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학교 근처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4학년 마지막이기도 하고 키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학교를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신청했다. 이것은 간단한 검사와 집단 상담, 그리고 키트 수령 순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검사할 때, 좋다가 아니라 안 좋다는 란에 체크를 많이 해서 만약 상담을 받으면 내가 가장 최악의 상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까 나보다 심한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약한 사람도 있어서 정말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보고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기서 위안을 얻었다. 각설하고, 상담은 코로나블루였는데 예전에 학교 프로그램에서 코로나 블루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떄의 기억을 되살려 강의를 들엇는데 꽤 유익했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의 극복 방법은 결국 실천이니까 강의를 듣고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백날 강의를 들어봤자 강의에 나온 내용을 실천하지 않으면 도루묵이니까. 그래서 키트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서 컬러링북, 파버카스텔 색연필, 책갈피, 캔들을 받았다. 처음에 컬러링북과 색연필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는데 평소에 갖고 싶었던 취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히 하지 않는 내 성격 때문에 계속할지 의문이라서 사지 않았고 색연필도 돈 아까워서 사지 않았다. 그래서 키트를 받자마자 어떨지 궁금해서 사용해봤다. 처음에는 색칠할 부분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색연필로 넓은 부분을 칠하려고 하니까 언제 다 할까 걱정이 되고 팔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휴대폰처럼 클릭 한 번으로 채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칠하고 있으니까 걱정과 고민은 사라지고 오로지 색칠하는 데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컬러링북을 사용하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물론 중단하면 다시 걱정과 스트레스가 밀려오긴 했지만. 하지만 잠시나마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기분이라 좋았다. 책갈피는 내가 책을 읽지 않아서 사용할까에 대해 의문이었다. 하지만 책갈피는 책에 끼우는 용도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2022년을 맞아 아이디어 노트 겸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 내가 구상하는 것들을 적고 책갈피로 최근에 구상한 것을 표시하니까 편했다. 게다가 책갈피에 적힌 글귀는 힘들 때 한 번씩 꺼내 보면 좋았다. 여러 책갈피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북극성 책갈피를 선택했다. 이유는 글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빛으로 표현한 게 좋았고 이 빛을 잃지 말라고, 당신은 누군가의 빛이라고 하는 게 참으로 좋았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읽어본다. 마지막으로 캔들은 꽃향기가 났다. 이런 건 원래 관심 가지지 않았는데 기분전환을 할 때나 힘들 때 한 번씩 맡으면 도움이 됐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껐다가 다시 켜는 기분 같을까. 그래서 처음에는 색연필을 받아서 기뻤지만 이제 책갈피와 캔들도 잘 받았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힘들 때 한 번씩 보고 맡는 충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활동은 심리상담이다. 다른 대학도 그렇지만 우리 대학도 심리상담센터에 가면 심리상담을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을 몰랐던 나는 2학년 때 심리상담이 아니라 학교 안의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약간은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심란한 마음은 잡을 수 없었는데 마음 속에서 응어리들만 쌓여 갔다. 그러다 4학년 때 친구를 통해서 심리상담 존재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정보를 말하기 꺼렸다. 이유는 내가 여기서 했던 말을 상담 선생님이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상담 사례를 들면서 내 이야기를 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내 깊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었는데 나에 대해 알게 되면 이건 이상하고, 틀린 거라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기를 거듭할수록 상담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서 어느 정도 친근해지고 편해져서 나를 꾸며내기보다 날 것 그대로 밝혔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내 진짜 모습을 누군가에게 밝힌다는 게 속 시원하기도 했다. 우선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부모님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였는데 처음에는 몰랐지만, 마지막 회기 때 스스로 많이 변한 게 느껴졌다. 원래는 부모님이 받는 감정이 내게까지 동화되어서 마음이 상하고 힘들었는데,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상담을 받으면서 인지했다. 그래서 지금은 부모님의 감정과 내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계속 해보니까 부모님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이 나에게 오지 않아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처음에 몰랐다. 그래서 상담을 받으면서 계속 연습을 하니까 지금은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되짚으면 이해가 가능하고 표현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니까 내가 줄곧 고민했던 부분이 일부 해결됐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상담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문제 때문에 스스로 갇혀버렸을 것이다.
내게 있어 상담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도움이 되었다. 가뜩이나 길어지는 코로나 시기에 집에만 있으니까 부모님과 부딪힐 일도 많고 스트레스 풀 곳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살아오면서 쌓아온 해결 과제들을 상담 센터에서 어느 정도 덜어내니까 코로나 시기에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잘 헤쳐나갔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소금을 얻고 싶다.